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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마을과 관계

마을공동체와 도장만 찍는 MOU

by 달그락달그락 2015. 1. 9.


그림출처. 관계-갤러리토스트 제공


수년 전 부터 청소년 관련 영역에서 유행인 일이 꽤 많았다. 학교폭력 운운하더니 모든 청소년시설들이 폭력을 없앨 것인 냥 덤볐다. 창의적체험활동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전에 주5일제 시작 될 때에는 세상이 바뀔 것처럼 이러저런 일들이 많았다. 바뀐 게 있을까? 학교폭력은 이제 없어졌겠지? 최소한 이전보다는 나아 졌는가? 창의적체험활동의 근본적 내용에 부합하는 일들도 많아졌겠지? 이 질문에 답해 보면 현재 이 바닥의 상태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이들을 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유행이다. 간디가 주장 했다는 설도 있고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의미는 좋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학교교사나 극소수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마을 운동하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주창했던 말이다. 최근 ‘자유학기제’ 뜨면서 이 말처럼 청소년관련 영역에서 크게 유행을 타는 적도 드물다. 아이들을 마을이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역 전문가들을 아이들과 연결시키기 위해 MOU 맺는다며 여러 관련 기관시설들이 노력중이다. 일면 긍정적이다. 지역에서 나름 아이들을 지원하는 어른들을 많이 연결시킨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이벤트적 MOU는 마을 공동체와는 무관한 일이다. 지속적인 소통 없는 형식적 관계들이 지겨움을 넘어 짜증까지 유발한다. 지역 시민들을 무조건 적인 자기 사업의 대상화 하는 짓(?)을 뜻한다. 사람의 관계는 가급적 수평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갑을 관계의 권력이 생긴다. 근래 대한항공의 땅콩으로 인한 회황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바닥에서의 일들이 그저 좋다는 막연한 환상으로 누군가를 대상화 하여 이용하면서도 그 이용의 권력관계조차 이해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역 전문가들을 만나서 기관의 멘토 운운하면서 싸인 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가급적 지역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과 연계하여 지속가능한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당사자를 이해하고 과정 가운데 일을 설명하고,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데 이러한 당연한 일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처음 만나서 인사하고 종이에 사인하게 하고 끝낸다. 그리고선 일 년에 한 두 차례 진행하는 이벤트에 값싼 또는 기관 멘토 운운하면서 무료 강사를 얻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더 무례한 일들도 있다. 전문가들이 시간이 없거나 관련해서 강사료를 원할 때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하지 않는다며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까지 있다. 


도대체 MOU가 뭔가? 이 바닥에서 요즘처럼 남발하던 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청소년기관시설, 복지시설뿐만 아니라 상담기관에 학교까지 몇 건 성사했다는 게 평가 근거다. MOU는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어다.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정기관 또는 조직간 양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다. 


누구랑 결혼했다고 치자. 결혼이란 것은 법적인 서류만 중요한 게 아니다. 가족에서의 여러 일들을 합의하는 정서적 교통에 육체적 관계까지 실제 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결혼은 해서 도장은 찍었는데 서로의 책임은 전혀 없으며 손도 안 잡고, 함께 살지 않는 게 결혼인가? 종이 쪼가리에 도장 찍힌 것이지 결혼이라고 말할 수 없다. 


MOU 운운하며 기관 간에 네트워크 한다고 도장은 찍고, 사진도 찍고, 밥도 같이 먹었지만 실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가? 일 년에 한 두 차례 아이들과 만나는 이벤트 할 때 잠시 나와서 설명해 주는 것으로 끝나는 일에 전문가 분들 동원 쉽게 하는 과정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또한 청소년활동시설과 단체는 기본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자기 정체성은 들여다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행과 시류를 따라가면서 사업적으로 모든 것을 대상화하고 만다는 거다. 


진짜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기성세대들의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그들의 삶에 관계 시켜 주는 것이다. 더불어 자기 기관의 정체성에 집중하면서 관계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또한 실질적 운동의 모색에 있지 형식적 사진과 도장 찍힌 서류가 목적은 아니다.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지역시민들을 내 사업을 위해서 대상화하여 이용하는지도 모른 채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란 것이다. 핵심은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진짜 관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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