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습니다.
사무실 문을 열어 보니 대학의 학생 분들이 앉아서 밝게 맞아 줍니다.
기관운영이나 여러 내용을 알고 싶어서 찾아 왔다고 합니다.
익산에서 거주하시는 분들인데 아침 일찍이 출발했나 봐요.
어제 전화 받고 오전 중에 방문하라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다음 주 토론회 발제원고가 아직 되지 않아 마음이 급했었는데
학생 분들을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에 계획했던 일이 시간마다 이루어지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조급했었는데 요즘은 그러한 일이 많이 작아졌습니다.
순간에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제 뜻과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는 것 또한 매우 국한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인지하고 느끼는 그 모든 것은 세상에 제 주변을 둘러싼
환경 가운데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그 수준의 인지능력이 모든 것을 맡기고 제 안에서
정확하려 했던 노력 또한 얼마나 무지한 일이었는지를 알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과도 관계를 가지려 합니다.
제 안의 원칙에 따른 그 가치만 변하지 않는다면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복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두 시간여 사회사업과 청소년자치론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학생 분들의 연령대가 3~40대였고
모두가 공무원,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셔서
세상사는 이야기도 잠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은파에서 산책하고 돌아 가셨습니다.
학생 분들이 오전 시간 동안 밝고 환하게 웃어 주시고
기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 또한 이분들이 오시지 않으셨으면
사무실에서 원고와 사업계획 쓴다고 끙끙댔을 텐데
이 분들 덕에 맑고 환한 가을 하늘을 잠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 뜻대로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가끔씩 마음 안에 갇혀 순간순간 이루어지는 여러 일들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내 안을 다스리고 고민하고 힘겨워 합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뜻을 이루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완벽을 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그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가 문제시 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좋지 못합니다.
자.. 지금부터 오후에 하다만 일과
오전에 준비하려 했던 원고를 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