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생각 없이 켠 넷플릭스. <나는 생존자다>를 보다가 거의 날을 새고 말았다. 형제복지원부터, JMS, 지존파, 삼풍백화점 참사까지 머리로는 모두 아는 사건이다. 심지어 JMS는 청년기에 주변 청소년 중 몇이 빠져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다큐에 빠질수록, 모든 사건을 안다고 생각 했지만 생존자 관점에서는 전혀 아는 게 아니었다.
형제복지원, 지존파 등의 생존자들 모두 사건이 벌어진지 30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고통은 가슴에 그대로 있었다.
모두 다른 사건이었고, 사람도, 지역도, 연령도, 시대도 달랐지만, 생존자들이 처절하고 고통을 주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악마들은 언제나 정치사회 바닥에 기생하며, 끊임없이 약자들을 짓밟아 피를 뽑아 착취하고 있다는 것.
형제복지원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부산시와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의해 일어난 인권유린, 국가 폭력, 학살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곳에 기생한 자들이 수많은 이들을 사지에 몰아넣고서 착취하는 자들이 있었다. 사회복지기관장이며 장로였던 박인근이 있었고, 뇌물과 승진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던 경찰과 부산시의 공무원들까지. 박 원장 자손들은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얻은 피값으로 지금도 호의호식하고 있다.
JMS도 돈과 (성)폭력이 난무했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피를 빠는 흡혈귀 같은 자들이 소수 있었다. 정명석뿐만 아니라 정조은은 수년간 명품으로 도배하면서 여성들을 교주에게 바쳐가며 자신의 권력과 돈을 탐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지존파의 악마는 자신이 사람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교사의 문제로 치환한다. 준비물 가져가지 않았을 때 두들겨 맞았는데, 물건 훔쳐 가져가니 때리지 않았더라면서 자신이 이렇게 된 게 그 교사의 교육 때문이라고? 야타족, 오렌지족과 압구정 현대백화점 중에서도 VIP 고객 명단까지 뽑아서 이자들을 죽이고 돈을 빼앗아서 불합리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들이었다. 헛소리다. 그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기 위해서 강간하고 살인을 저지르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문제를 합리화하는 자들이다.
악마들이 설치는 곳에는 돈과 권력, 불평등, 그리고 그 바탕에 비상식적인 반민주적인 정치 문제가 깔려 있다. 정치, 경제, 사회에 민주주의까지 얽혀 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전두환이 독재를 하지 않았다면 박인근과 같은 괴물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종교가 타락해서 JMS와 같은 사이비를 양산하지 않았다면? 타락한 종교와 독재권력이 만나지 않았다면? 오렌지족과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노동을 해도 밥 먹고 살면서 희망을 그릴 수 있는 사회였다면?
그리고 이런 악한 자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면? 시간이 오래 지나더라도 마땅한 처벌을 받고 재산도 환수될 뿐만 아니라 벌금부터 경제적 손실을 입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다면 어땠을까?
지금 발의된 독립몰수제를 형제복지원 사건에도 대입할 수 있도록 확대 적용하거나, 현행법상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나 부패재산몰수법 등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사이비 종교의 불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까지?
이런 반인륜적 범죄에는 소멸시효 없애야 하고, 오래된 범죄라도 재산 환수 가능하게 해야 한다. 공익적 환수 활용으로 몰수한 재산을 피해자 지원, 인권 회복에 쓰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있다. 형제복지원의 자녀들처럼 외국에 나가서 호의호식하는 자들을 위해 국제공조 강화해서 해외로 빼돌린 범죄수익 추적을 위해 국제협약도 활용해야 한다.
이 방송을 제작한 MBC와 조성현 PD는 지난 시즌 공개 이후 계속해서 송사에 시달렸다고 한다. 수차례에 걸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뿐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고, 살해 협박과 가족에 대한 위협을 받아서 경찰에 아내에 대한 신변보호를 요청해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다고.
힘든 가운데에도 제작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피해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한 번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는 인터뷰 글. “사회적 참상을 알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증언해 준 피해자들, 그 지옥에서 빠져나온 생존자들이 있었다.
보는 내내 덤덤한 어조 속에서도 깊게 파고드는 생존자들의 말, 그 고통을 만들어 낸 국가와 사회,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과 가족,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다.
생존자들이 그 자리에서 살아내 준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른다. 제발 이 고통을 일으킨 자들과 국가에 합당한 댓가를 받으시고, 트라우마 치료하고 지금보다 더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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