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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게 뭐니? -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을 중심으로

by 달그락달그락 2019. 11. 18.


[알지는 다섯번째 맞는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의 이름입니다.]


‘알지’는 알록달록 지역변화의 약자다. 청소년들이 정한 네 번째 맞는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 제목이다. ‘지역변화’, ‘앎’이라는 단어가 확(?) 다가온다. 변화는 어떠한 가치와 목적과 이상에 따라 다른 쪽으로 움직이는 과정과도 같다. 움직이는 곳은 이전보다 더 좋은 곳이어야 하고 긍정적인 곳이어야 한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묻는다. 


“변화하고 싶은 것은 뭐니?”, 

“네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이냐?”, 

“원하는 일은 있니?” 


문제는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나이 먹은 어른들은 이런 것을 자신들도 알아서 질문을 하는 것일까? 나를 돌아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알아가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더라. 내가 너무 부족한 인간이어서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청소년참여, 지역 사회 뿐만 아니라 자기 삶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참여는 공간의 목적과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참여 수준이 높아지면 ‘자치’하게 된다. 


더군다나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애착심도 없고 역사와 문화는 고민해 본 적도 없다면 더욱 더 지역사회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지역 참여, 정책 제안해야 한다고 너희들이 꿈꾸는 지역사회는 어떤 곳인지 제안을 하라고 하면 그들이 단편적으로 경험한 문제 수준에서 제안할 수밖에 없다. 거리 가로등이 어둡고, 쓰레기가 있고, 학교 내의 급식과 매점, 버스 노선과 시간 등이 근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제안되고 이야기 되는 민원 수준의 정책 제안이다. 


청소년들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만들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일들은 시민이 아닌 정치인이나 공무원 행정가들이 할 것이라고 여긴다. 정책을 제안한다는 것은 지자체, 중앙정부, 제안해야 할 곳도 다르게 접근해야 하고, 현재 진행되는 정책과 예산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경험한바 더 중요한 일은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실제 어떤 이상적인 삶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를 꿈꾸고 생각해 봐야 한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상황도 살피면 좋다. 이런 구체적이면서도 자기 안의 어떤 가치와 철학에 따른 이상적인 세상에 대한 나름의 그림이 없으면 제안하는 정책은 민원 수준의 아이디어 정도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상상력을 막고, 정보를 차단하고 그들의 삶의 공간에 참여 하지 못하도록 한 우리 사회의 문제다. 


이런 연유로 달그락달그락에서는 청소년참여활동 중 가능한 정책 제안은 그들이 활동하는 영역에서 꽤 긴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 간다. 주요 관점은 청소년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가?”로 압축된다. 청소년들이 청년들이 살기 좋은 사회는 그들이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게 나름의 원칙이다. 원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복한 삶과 우리 사회의 통합에 있다. 


서울 인구의 근 40%가 1인 가구다. 상당수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고 청년들이 넘쳐난다. 서울에 올라가서 직장을 잡고 일을 하면서 삶을 살 때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직장이 많다는 이유가 상경의 주요한 이유지만 이것만으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농어촌 지역에서 지자체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여건을 마련해 주어도 서울경기 쪽으로 올라가려고만 하는 이유가 직업에만 있을까 싶다.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살면서 대부분 10대가 끝나면 떠나야할 공간으로 치부하고 그렇게 인식하도록 돕는 일이 서슴없이 이루어진다. 외국이든 타지든 얼마든지 나가서 살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떠한 삶의 의미나 이유가 전혀 없이 막연히 떠나야 할 곳으로 치부하는 지역사회의 암묵적인 문화에 있다. 그저 지역사회는 19살이 되면 떠나야 하는 공간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사회에서 과연 10대, 20대와 함께 잘 살아도 좋다고 당신들과 죽을 때까지 삶을 살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하고 있고 타지에 가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는 있는가? 

"그렇지 않다." 


지역사회는 10대가 끝나는 순간 무조건 떠나야 할 공간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청소년들을 내 쫓지 못해서 환장(?)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이러한 기본 배경을 통해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 청소년들이 꿈꾸는 일들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으로 목표를 잡았다. 이를 위해서 달그락 청소년들과 지역 시민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달그락 청소년참여포럼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의회 조례가 통과 되었고, 진로 활동 지원 예산이 증가하였으며, 이후 시의원과 달그락 청소년들의 TF를 통해 전국 유일한 군산시 청소년자치권 확대를 위한 조례가 통과 되었다.



그 중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달그락의 고유한 목표인 청소년이 살기 좋은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 중 한가지로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목소를 담아내기 위한 ‘달그락 청소년친화 정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방선거 1년을 남기고 청소년의 인권과 참여, 청소년문화, 청소년경제, 청소년복지와 안전, 청소년교육과 진로 등 분야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정책을 개발했다. 청소년들 추진 TF를 조직해서 180여명의 달그락 청소년들은 다섯 개 분과로 각각 조직되어 조직이 꾸려졌다. 청소년위원 등 관련 추진위도 조직되었다. 이후 각 영역별 다섯 차례의 포럼과 청소년상상캠프 그리고 청소년들만의 참여포럼이 이어졌다. 


특히 다섯 차례의 포럼은 각 분과별 주제에 맞추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그 분야의 이론 등 전문성을 가진 관계자 또는 학자들과 지역사회의 관련 전문가들과 관련 정치인인 도의원, 시의원 등을 초청해서 포럼을 진행하면서 나름의 결과를 도출해 갔다. 


주제발표는 학자 또는 관련 전문가들이 이론적 관점과 경험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발표했고 이를 기반으로 달그락의 분과별 청소년들은 영역별로 지역사회를 조사하고 참여 청소년들 간 토론하고 관계자들 인터뷰하거나 또래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여 발표했다. 지역사회에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현장 활동가, 관련기관 대표, 시의원, 도의원 등 정치인들이 참여하여 토론하고 제언한 결과를 묶었다. 


여름방학기간에는 달그락 청소년들은 그들이 상상하고 꿈꾸는 청소년 상상마을을 그리는 캠프를 목포에서 진행했다. 목포를 캠프 장소로 설정한 이유는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4.16선언문도 작업하고 개별 청소년들이 남은 유가족 분들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 편지도 쓰는 등 여러 준비를 해 가서 가족 분들을 만나고 위로해 드렸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청소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위한 청소년친화정책 5개 영역 118개의 제안 정책을 만들어 졌고, 이 정책에 대한 지역 청소년들의 우선순위를 알기 위해 질문지로 만들어서 군산지역 청소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5개 영역 우선순위 45대 정책이 도출 되었다. 






시장 후보들의 의견을 듣고자 군산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에게 관련 정책을 정리해서 보냈고 공약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쭙고 제안했다. 후보들 대부분은 그 정책에 대한 향후 실현에 대해서 정리하여 내용을 보내 주었다. 이를 기반으로 달그락 청소년들과 연구소 위원들은 TF를 구성하여 시장 후보들을 모두 만나서 인터뷰했다. 최소 1시간 길게는 2시간 동안 각 후보들께 청소년들은 시장 출마의 이유, 청소년행복마을에 대한 생각, 청소년참여와 교육관련 지원 정책 등의 질문을 하면서 제안을 이어 갔다. 





후보자들의 지역사회와 청소년들에 대한 소신과 의견을 듣고 향후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조금 더 청소년들에게 관심 갖고 살기 좋은 군산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하는 과정이었다. 그 내용을 모두 담아서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이라는 정책 제안집을 출간했다. 





과정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군산시민정책연대가 조직되었고 상황상 실무위원장을 맡으면서 청소년자치연구소가 사무국이 되어 활동을 진행했다. 농업, 어업, 교육, 청소년 등 각 영역별 직접 관계자들의 참여로 정책들이 제안 되었고 그 안에서 내용들이 각 시장 후보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가운데 청소년, 교육 정책도 연계되어 제안되었다. 


민선7기가 시작되었고 당선자인 강임준 시장께서도 청소년정책에 대해서 본 연구소의 달그락 청소년들이 제안한 정책과 군산시민정책연대의 정책들을 반영했다. 민선 7기 이후 2년여가 지나가고 있다.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청소년정책도 있으나 아직 주춤 하는 정책들도 있다. 






최근 달그락 참여 청소년들이 지자체 청소년정책을 수개월간 점검하며, 시의 담당 과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서 대화 하며 상황을 살피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오늘의 자리까지 오는 과정이다. 


행정학에서는 정책을 “어떤 공공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방침”을 말한다. 공공의 문제를 청소년 개인이 아닌 공공이라는 공간으로 넓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지방정부의 결정된 행동 방침으로 나타나는 일은 매우 긍정적이다. 아래로부터, 시민으로부터, 당사자로부터, 청소년으로부터, 그들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사회 공간의 공공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당사자 시각으로 고민하고 움직이며 실행하는 과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사회 참여의 과정은 지역이라는 공간에 애착심과 심리적 유대감을 낳기 마련이다. 내가 삶을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고민과 문제해결을 위해 움직여 가면서 변화하는 사회를 본다는 것은 일반적인 10대가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사회의 정책과 변화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까지도 연결하여 생각하게 한다.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게 뭐니?”라는 이 질문에 대답은 쉽지 않다. 


청소년 당사자인 개인의 삶의 행복과 사회통합의 과정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사회적 관계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라는 공간에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어르신들도 사회 통합적 측면에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젊은 사회가 되는 것을 뜻한다. 


지역을 돌아보고 내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에 이상이 무엇이고, 그 고민의 철학과 원칙은 어떠해야 하며, 그에 따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서 제안하고 참여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그 일들은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일수도 있다. 이런 삶의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시민으로서 참여하도록 돕는 일은 그들의 행복과 지역에서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귀결과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ps. 아래는 다섯번째 맞는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