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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어쩌다 발견한 달그락

by 달그락달그락 2019. 12. 24.

‘달그락’에 승선하는 이유 

처음 달그락에 와서 활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친구와 놀러왔다가 함께 한 청소년, 교회도 아닌데 전도 당했다면서 자치 기구에 입회한 청소년, 엄마가 보냈다면서 찾아 온 청소년, 학교에서 자율활동 동아리와 연계되어 와 보니 달그락 이었다는 청소년도 있었고, 학교 선생님이 소개시켜줘서 찾아 온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자연스럽게 자치기구 입회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참여한다. 심지어 어떤 청소년은 대학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서 찾아 왔다는 청소년도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일 년 또는 이년여의 달그락 활동을 마치면서 경험하고 남기는 글과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올해도 역시나 서툴렀고, 새로운 모험으로 인해 많이 휘청거리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옆에는 KYS 진로자치기구원들이 있었고, 우리는 서로 힘을 내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활동을 위해 항상 힘 써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모험은 우리의 의지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이 있다면 쉬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윤나연 청소년의 글 중 일부다. 새로운 모험을 했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인데 내 보기에 나연 청소년의 이 글 안에 달그락 활동의 전체적인 내용들이 녹아 있다.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변화 과정의 이야기를 읽고 듣다 보면 개인의 모든 과정의 스토리는 다른데 그 맥락에 한결같이 똑같은 내용이 있다. 활동의 지난한 과정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지하는 이웃과 어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청소년활동이 이벤트나 프로그램 수준이 아닌 실제로 일어나는 ‘진짜’로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작은 성찰이 녹아 있다.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는 힘이 들었다는 것이다. 어떤 경로든 달그락에 발을 담갔고 무언지도 모른 채 자치기구 안에서 진행되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른 동아리나 프로그램에 비해 힘이 많이 드는 활동으로 느꼈다. 그 이유가 무언지 살폈는데 가장 큰 힘겨움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자치성’을 가장 많이 허용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생각과 고민을 통해서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게 느껴졌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을 수 있겠다. 
 
자율성과 참여가 기반이 되는 자치성을 최대한 부여했더니 청소년들이 힘이 든다니? 
 
청소년들을 만나는 기관단체, 성인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은 이미 기획되어 있으며 어른들이 안내하는 데로 따르면 되었다. 어떤 기관은 청소년의 참여를 주장하면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청소년이 한다고 안내는 했지만 들어가 보면 이미 모든 것들이 짜여 있고 회의 몇 차례 하는 수준이었는데, 달그락의 활동은 전혀 달랐다. 이곳에서는 거의 백지 상태에서 달그락의 비전에 맞추어 각 자치기구별로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회칙의 목적에 의해서 활동들이 기획되고 진행이 된다. 어떤 활동은 조직이 새롭게 구성되어 회칙부터 전반적인 체계를 모두 구성해야 하는 일도 청소년들이 한다. 활동의 내용뿐만 아니라 운영까지도 함께 고민하고 나누어야 했다. 
 
즉, 어른들이 무엇을 시키고 지시하면서 따르기만 하는 활동이 아니고 오히려 어른들이 어떠한 청소년들의 활동에 귀 기울이고 지원하는 형태다. 대부분 활동 초기에 청소년들이 기획하는 모든 과정을 거치고 1년여의 사업을 그들이 진행해야 한다. 쉽지 않다. 활동의 이유와 목적, 그 가치까지 다양하게 질문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아주 지난하게 거친다. 이 과정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 
 
대부분 이러한 지난한 과정 없이 활동의 계획이 마련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어떠한 작은 일을 결정하기 까지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대화 하려고 한다. 활동이 진행 되면서도 대화하고 질문하고 자료 찾고 지역의 어른들을 만나는 등의 과정들이 이루어진다. 이런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은 활동 과정을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회의 하면서 감정싸움이 나오는 것은 부지기수고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의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 또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친구들 간에 서로 썸 타다가 관계가 깨져서 조직이 무너지거나 시험 본다는 등 개인의 사정에 의해 아예 잠수 타는 청소년들이 있다. 

 

과정 가운데 그 일의 본질이나 가치를 알게 되어 참여 수준이 높아지는 청소년들이 많다. 타자와 관계하면서 소통하고 자치기구의 목표를 추진하는 리더십의 성장은 당연하다. 여러 상황에 직면에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가고 진행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기숙사 생활하면서도 토론회나 관련행사 때를 맞추어 발제 원고 쓰고 준비하면서 잠시 나와서 행사 진행하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청소년까지 있다. 고3 인문계 학생의 위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너무 떳떳하게 가족과 학교에 활동을 안내하고 자신의 진학을 설정하고 자신의 확고한 목표 안에서 달그락의 활동을 진행하는 청소년들까지. 
 
 
[향후 5년간의 달그락달그락 활동 전략 세미나를 마치고 청소년 및 각 위원회, 자원활동가 대표들과 함께]
 
두 번째로는 지역에 자신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격려하면서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힘이 들어서 활동 중간에 잠수 타기도 하고 열심히 하지 않다가도 함께 하는 친구들 중 열심히 하는 청소년들을 보고서 따라가고 함께 하다가 선생님과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응원과 격려, 지지 등의 느낌을 받는데 이런 감정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었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떻게든 남아서 1년 또는 2년여의 활동을 진행하면서 나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떠한 가치나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자기 고백이 대부분이다. 그 안에 달그락의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위원회, 자원활동가 등 다양한 시민들의 관계가 녹아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2019년 달그락청소년참여포럼 중 1부 강임준 군산시장님과 박일관 군산교육장님에 추진 정책들 점검 관련 사진. 관련글 바로가기]
 

 

세 번째로 활동이 진짜이고 진정성이 녹아 있다. 달그락의 활동은 모두가 ‘진짜’다. 기자단은 일간지에 기사를 쓴다. 글을 쓰는 청소년들은 매년 출판을 한다. 그들은 기자이면서 작가다. 경제자치기구 청소년들은 빵, 커피, 물품 등을 기획하면서 제작 마케팅까지 하고 수입을 올린다. 이곳에서의 활동은 이벤트나 프로그램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이벤트나 프로그램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다. 활동이 실제로 이루어지다 보니 그에 따른 책임감도 커진다. 그 과정에서 실제화 되는 일을 그들 자신이 진행하면서 자신의 진로와 우리 사회의 가치와 모순들을 알게 된다. 이후 모든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달그락 청소년 참여포럼에서 정책들이 제안되고 실제 지역의 정책이 되고 조례 등 법률이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어쩌다 발견한 달그락’에 녹아 있는 청소년들의 고백이 달그락 그대로의 모습이다. 참여한 청소년들과 대화하면서 가능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추진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그들이 기획한 활동 내용을 어떻게든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이웃이 함께 하고 그 일이 실제화 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변화는 자연스럽다. 그들을 지원하는 우리 이웃들이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달그락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동기가 친구나 부모님 등 다양한 연결 고리가 되어 참여하게 되는데 간혹 부모님 들 중 이곳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서울의 좋은 대학 가는 것으로 알고 활동하기 싫어하는 자녀를 일부러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달그락 대표자회의 회장으로 선출됐던 청소년들 상당수가 서울권 유명대학에 입학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중 주도적으로 참여한 친구는 고2의 나이에 지역대학에 입학하는 등 외적으로 보았을 때 대학이라는 곳에 좋은 대학이라고 입학하는 루트로 활용이 되는 줄 아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입시에 집중해야 하는데 달그락 활동 때문에 학원시간 줄어 든다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님들도 있다. 
 
달그락은 입시 성적을 올리는 곳도 아니고,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자원봉사 시간 나누어 주고 실적을 올리는 기관도 아니며, 일정하게 청소년 공연 등 행사를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이벤트 기관도 아니다. 
 

 

달그락의 이유는 단순하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잘’ 살도록 돕는 일이다. ‘달그락달그락’이라는 배에 가장 하단의 물 안에 있는 뿌리와 같은 스크루는 ‘인간다운 삶’이라는 곳에 방향이 맞추어져 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나연’ 청소년이 이야기 했듯이 우리 모두가 달그락 이라는 배에 타서 모험을 하는 것이다. 

 

 

모험은 나 대신에 길을 안내해주고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위험과 험난함을 견디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도전한다는 뜻으로 일상과 동떨어진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위험 속에서 신나는 경험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모험은 결국 나라는 존재의 내면에서 나오는 가치들이 방향이 되고 외적인 체험이 또한 내적인 방향과 가치들을 성찰하게 돕는다. 모험 가운데 만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상황에서 만나는 내적 성찰과 사회의 모습들을 투영하면서 사람답게 잘 살 수 있는 과정을 생각한다. 달그락의 이유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당신은 당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들 때문에 더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닻을 올려 안전한 포구를 떠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안고 출발하여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의 이 말처럼 달그락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우리 이웃들과 함께 ‘사람다운 삶’의 목적지를 향해서 지속해서 모험을 이어갈 것이다. 
 
어쩌다 발견한 달그락. 그 공간에서 어쩌다 올라탄 달그락 이라는 배의 목적지까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ps. 아래에 '어쩌다 발견한 달그락' 책을 첨부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운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달그락에 참여한 청소년들 중 2019년 일년여의 활동 가운데 자신이 변화한 과정을 짧은 에세이로 기록한 책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공유합니다. 다양한 달그락의 활동 가운데에서 청소년들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한 이 글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 자신이 활동하면서 느낀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191223_어쩌다 발견한 달그락_청소년에세이_모음(최최종).pdf

 

 

 

 

아래 글(책 첨부) 은 2018년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기록한 '달그락선샤인'입니다. 함께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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