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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관계의 여백을 더 많이 확장해야 한다.

by 달그락달그락 2018. 8. 23.

나에게 사람의 관계는 운명이며 기적이었다. 만나면 놓지 못했다. 타자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고 나름데로 최선을 다했다. 그 관계로 힘들어 하는 상황도 만나게 되었지만, 그 이상 가는 가치와 어떤 즐거움들이 넘쳤다. 


닿음 그리고 놓음. 


나는 이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다. 관계는 운명이며 기적이었다. 그 삶의 기적을 기적처럼 만들어야 한다면서 강박적으로 관계하고 달려갔다. 


여백, 분리는 서로의 외로움을 만들고 외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20대 중반부터 만나온 청소년들, 그리고 후기 청소년이라고 하는 청년들을 만나면서 고착화 된 내 인식이었다. 





림태주 선생님은 관계의 물리학에서 "닿음은 서로 간의 틈새가 일순간 사라진 접촉이다. 그렇게 닿아서 접촉면을 넓혀갈수록 우리는 따뜻해지고 안온해진다. 놓음은 서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분리다. 그렇게 놓아서 여백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홀가분해지고 안온해진다. 그러므로 닿음과 놓음에는 집착이나 절망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나간 것을 놓아야 다시 새롭게 닿을 수 있다." 라고 했다. 


나이를 먹었나? 


청년이라고 우기며 살았는데 어느 순간 닿음과 놓음의 이 뜻을 삶으로서 알게 되었다. 놓으면 놓을 수록 홀가분해지고 안온해지는 그 여정. 타자를 위한 치열함으로 포장된 내 안의 집착에 의해 절망하는 일들이 잦았다. 놓음을 통한 여백을 두지 않고 닿음으로만 접촉면을 넓히려고 했던 내 안의 강박들. 여지가 없어지니 시간이 갈 수록 조급함과 강박은 심해질 뿐이었다.


치열함이라는 단어에 감추어진 내 안의 여러 활동과 관계들 내려 놓을게 너무 많았다. 나이를 먹어서 깨닫는 일들인지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인지,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런 일들에 예민해 지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 '놓음'을 알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지. 


아픔가운데 성찰하고 성숙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가진 그 시간만큼 안고 가야할 삶 그 자체인지도. 여백을 더 확대하려는 노력을 더 열심을 내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