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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추석, 나이들어 그리운

by 달그락달그락 2017. 10. 3.

어린 시절 추석이 너무 싫었다. 성묘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정체 되는 길의 버스 위에서 몇 곳을 찾아 가야 했다. 국민 학교 다니는 어린 나이에 산길을 헤매며 묘지 찾는 일도 힘들었지만, 묘를 겨우 찾으면 풀도 베어야 하는 등 그 나이에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장손이라는 명분 때문이었는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임감은 있었나 보다. 어린 나이에 말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당시 생각하면 몸도 마음도 매번 힘겨웠다. 아버님은 사업이 잘 안 되셨는지 어느 때부터인가 계속 술만 드시고 무슨 시를 쓰신다고 할 때였다. 무엇 때문인지 명절에는 술을 더 많이 드셨다. 


내가 나이를 먹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묘지를 구했고 할아버님, 할머님 합장시켜 드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 아버님 돌아 가셨다. 당시 교회에서 도움 주셔서 교회 묘에 모셨다. 두 곳 모두 묘지를 손질할 필요 없이 관리인들이 해 주는 곳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버지 떠나신 후부터 추도예배 드리기 시작했고 어찌어찌 시간이 가고 지금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 이동해서 할아버님, 할머님 묘소에 가서 만나 뵙고, 아버님 묘소에도 찾아뵙고 인사 드리고 예배 드렸다. 


예배 중 고인에 대한 좋은 추억들 이야기 해 보자고 했더니 막내가 한마디 한다. 


"아버진 잔정이 많으셨다고. 술을 너무 드셔서 내가 나이 먹으면 절대 그러지 말자고 했는데……. 나이 들어 보니 그런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나이 세어 보니 아버지 돌아 가셨던 그 때 나이가 곧 내 나이가 된다. 사람이 나이 든다는 것은 성숙한 것, 지혜로운 것을 말하지 않는다.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깨닫는 기회가 더 많은 것을 뜻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지혜롭게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내 자신 들여다보니 여전히 쉽지 않기는 하다. 


맨날 술만 드시고 꼬장만 부리셨던 아버지가 보고 싶은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