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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땅 팔 돈은 있어도 아이들 밥 줄 돈은 없는 동네

by 달그락달그락 2015. 3. 20.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쫄딱 망했던 때가 있었다. 밥통에 붙었던 빨간 딱지를 아직도 기억한다. 국민(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과외도 받았었는데 이후 여러 힘겨운 일이 많았다. 교회에서 막내를 외국 재단에 추천해 주어서 짧은 기간 후원까지 받게 됐다. 요즘 유행하는 아동법인들에서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 찍어 주고 가족이라면 연결시켜 주고 후원하는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기억된다.

 

미국 후원자라면서 막내에게 보내오던 사진과 한 두 마디 들어간 편지들의 문구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돈으로 1~2만원 후원금이라고 사진이 함께 날라 왔는데 영어로 가족 운운하며 요트타고 낚시하는 후원자 사진들이었다. 요트 속에서 낚시에 걸린 고기를 들어 올리던 아이는 당시 나와 비슷한 초등학생쯤으로 보였다.

 

그 알량한 1~2만원 때문에 막내는 교회에서 후원받는 아이들과 떼거지로 앉아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사진 찍혔었다. 얼마나 쪽팔리고 창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학교 가서 친구들하고 어울릴 때는 우리 집이 가난한지 어떤지 모르고 재밌게 살았다. 밥 먹을 때 도시락을 난로에 함께 올려 데워 먹으며 장난치기 일쑤였다. 모두 힘들었던 시절이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땐 그랬다.

 

 

 

요즘은 학교에서 밥을 준다. 국가가 최소한 학생들에 대한 급식은 해결하는 분위기다.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이도 있지만 학교가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로 가는 곳이냐며 비난하는 단체장도 있다. 밥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밥 먹으려면 엄청 서류를 많이 떼서 내가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홍준표 도지사가 있는 경남의 이야기다. 앞으로 이 지역은 학교에서 밥 한 끼 먹으려면 신청서와 여러 가지 동의서와 신고서, 확인서 등을 제출하고 허락 받아야만 밥 한 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그 가족과 아이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그 자들은 모른다. 땅 판다며 수십조 날려도 경제개발이고, 자원외교 한다고 수십조 원 날려도 경제 살리는 것이다. 홍지사 자신이 몸 피곤하다며 비지니스석 타는 것도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이고, 자기 밥 먹는데 몇 달 만에 몇 천 만원 쓰는 것도 모두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모아서 낸 세금을 허투루 써 덴다.

 

세금 걷어 아이들 밥 한 끼 안주면서 이 따위 거지같은 왕 행세를 누가 하라고 했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온다. 욕만 끊지 않았어도 육두문자 넘어서 18두문자까지도 날리고 싶다.

 

참으로 나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