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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2

이사하고 처음으로 내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집이 일차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사 후 거실을 반 서재, 반 카페 형태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최근 몇 주간 매일 밤 조금씩 청소하며 정리했다. 핵심은 버리는 일이었다. 무조건 버리고 또 버리고 버렸다. 작은 아파트에 이렇게 잡다한 책과 자료가 많은 줄 이제야 알았다. 오래전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내 방이 생겼다. 허름한 달동네 길가에 있는 집이었다. 갑자기 내 방이 생겼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방에 이부자리 빼놓고 가져다 놓을 게 별로 없었다. 안방에서 한쪽에 쌓여있던 전집과 내가 읽던 책을 책꽂이도 없이 이부자리 옆에다가 가지런히 세워놨다. 방이 꽉 찬 느낌이어서 좋았다. 아무것도 없던 집이었다. 가끔 천장에서 쥐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는 오래된 집.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사람들이 왕래하는 .. 2024. 1. 13.
거실에 주인으로 있어야 할 것, 그리고 명절이면 생기는 공간의 숨 거실에 소파도 없고 티브이도 없다. 양쪽 벽에 책장을 만들어 붙였고 그 앞에 가족 개인 책상이 있다. 거실이 가족 모임 장소이자 도서관이자 일터이고 일시 쉼터다. 작은 아파트여서 개인 서재 갖기도 어렵다. 두 아이 독서 습관 길러 주는 방법은 함께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거실 내 책상에서 책 볼 때도 많지만 대부분 노트북에 뭘 쓰고 정리하는 게 일이다. 유치원 다닐 때 아이들이 그린 아빠 모습은 항상 노트북과 결합 된 이상한 모습이었다. 퇴근 후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거의 습관이 되었다. 막내 초등 2학년 때인가 베란다 쪽에 자기 사무실이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 거실 자기 책상에 ‘다인 사무소’라고 커다랗게 쓴 글을 붙여 놓았다. 거실 거의 1/4은 이 친구 공간처럼 보인다. 남.. 2023.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