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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와 소설

by 달그락달그락 2024. 3. 18.

결혼하고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아내와 딸을 떠난 남자가 있다. 뜨거운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이는 종교와 가족 사이 심적 아픔으로 자살한다. 남자는 대학에서 온라인으로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300kg 가까운 고도 비만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면서 딸과 화해하고자 노력한다. 사랑하는 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한 긍정, 솔직함을 간구한다. 신의 구원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에 아빠 제발이라는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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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크게 다쳐서 병원에 누워 있다. 뇌사 상태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의사에 판단으로 곧 의료 장비를 철수해야 할 상황이다. 그 가운데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큰딸은 이미 알고 있어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 딸과 불륜남을 찾아가는 과정이 새롭다. 마지막에 두 딸과 티브이 보면서 아이스크림과 간식 먹으면서 끝을 맺는 영화. 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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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난다. 아내가 죽는다. 남자는 다음날부터 이상행동을 보인다. 아내가 누워 있는 병원에 과자 자판기가 고장 나서 환불이 안 되자 자판기 회사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거기에서 만난 자판기 회사 고객 담당 여성과 그의 아들과의 관계가 흥미롭다. 그 가운데 아내가 자신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고 심지어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여러 상황을 만나면서 마지막에 회전목마를 기점으로 자신과 화해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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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힘겨운 삶을 살다가 어렵게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결혼했다. 결혼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대학 강의와 나름의 연구 생활이 낙이었다. 그 가운데 한 여성을 만나서 깊은 사랑을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는 떠난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 이어가며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마지막에 책을 읽다가 이 땅을 떠나는 남자.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조용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이 마지막 문장 가슴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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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남자가 비싼 요양원(?)에 오면서 딸과 전 아내들과의 관계를 회상한다. 그중 가장 사랑했던 아내를 두고 바람이 나서 삶을 그르치는 과정이 적나라했다. 결혼을 세 번인가? 몇 번 하는데 기억도 안 나. 이 소설을 누군가는 평범한 남자가 어떻게 살아왔고 병들어 죽는다는 이야기라고도 평한다. 이 작품이 훌륭하다고 해서 찾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사진 찍으려고 책 세권 열심히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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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더 웨일>을 봤다. 마지막에 눈물이 터졌다. 훌륭한 작품이다. 지난주 본 <데몰리션>과 이전에 봤던 <디센던트>가 올라 왔다. 왠지 모르지만 연이어서 <스토너>가 떠 올랐고, 이어서 <에브리맨>도 소환됐다. 남자, 중년, 그리고 죽음. 모두가 외롭고 슬픈 남자들.

 

<스토너>의 마지막 문장에서도 그랬고, 어제 늦은 밤 보게 된 <더 웨일>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슷한 감정으로 눈물이 터졌다. 사람이 태어나고 삶을 살아 내면서 겪는 오만가지 일에서 나타나는 선택에 따라 변해가는 인생사를 들여다 보게 된다.

 

모두가 알몸으로 왔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그 시점에서 도대체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자기 질문, 신과 개인의 관계, 사람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 깊은 관계의 변화 과정까지. 우리네 삶의 희한한 변곡점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 그 지점에서 사람들의 왜곡으로 빚어지는 절망이 괴롭다.

 

특히 신에 대한 잘 못된 해석으로 많은 이들이 아픔을 겪는다. <더 웨일> 소수자들의 삶이 아팠다. 어느 평론가의 이 영화평에 당신을 구원하는 영화가 아니겠지만 당신 스스로를 구원하게 만드는 영화일 수는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도 애렸다.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 내가 선택해야 산다.

 

<더 웨일>을 꼭 보시길(넷플릭스에 있음). <스토너>도 읽어 보면 좋음. 특히 아저씨라고 여기는 남자사람들은 자신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자기 고민, 구원, 사랑과 일에 대해서 조금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토너와 같은 책을 쓰고 싶었다는 문경민 작가의 최근작 <지켜야 할 세계>도 완전 추천함. 영화 <데몰리션><디센던트>도 추천.

 

추천하는 날임. 오늘 추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