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에 쉬었다.
몇주만인지 모른다.
쉬었다는 말보다는 비몽사몽간에 움직일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는 듯 하다.
오후에는 노트북과 책가방 오른손에 또 한 묶음의
책을 들고 대학 도서관에 갔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책 많이 들고 다닌다는 말이 딱 맞다.
주섬주섬 읽다가 졸다가 차 마시다가 또 졸다가 아내와 집에 왔다.
저녁 먹고 운동하자는 아내의 말에 근 몇 주만에 산책길에 나선다.
사람들 참 많다.
군산에 살면서 밤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걸 나만 몰랐나보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가을인가봐.’
춥다.
조용히 사무실 문을 열었다.
조용하다.
나를 맞아주는 건 조용히 누워 있는 여치 한 마리다.
이녀석 참 불쌍하게 누워 있다.
많이 피곤한 것(?) 같아 내버려 둔다.
그리고 하루는 시작된다.
귀하디 귀한 하루...
“한 잔의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잔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일까요?
아니면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일까요?“
어제 늦은 밤 주워 읽던 책의 한 문구다.
서른 조금 넘어 산에 들어가 사는 부부 이야기인데
근래 나의 시간을 고민하게 한다.
오늘 하루는 내가 잔에 한방울을 넣고 있을까?
넘치기 직전에 한 방울의 물일까?
많은 이들이 넘칠때의 그 물방울을 원한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의 한방울이어야 한다.
그 한방울...
그렇게 오늘도 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