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재일 조선인 학교인 교토국제고 교가가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교가. 듣는 내내 가슴이 울렁이고 감동이라는 기사와 댓글이 넘친다. 나도 처음 기사 접하고 운영하는 그룹에 그런 글 남겼다. 한국말 교가라니.
교가를 조용히 따라 부르거나 감동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거의 모두가 일본인이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 이후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에서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학교'로 이름을 바꿨으나 여전히 민단 산하단체가 학교 운영을 맡고 있고 교장도 한국 사람이다. 야구부 대부분이 일본인임에도 과외활동으로 한국어, 한국사, 한국 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수십 년간 한국인 학교라는 차별의 굴레에서 힘겨움을 많이 겪은 학교로 알려진다. 학교의 존립을 위해 선택한 야구로 유명해졌다. 기적적인 우승이라는 언론이 있던데 이상한 소리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야구에 집중했고 현재는 일본의 전국 고교 야구부 중 최상의 지원을 받고 있어 일본 내 많은 야구 유망주가 진학을 하는 학교로 알려졌다. 우리 KIA 타이거즈까지 후원하고 있고 이 학교 출신의 한국 프로선수들도 눈에 띈다.
야구부 제외하고 대부분이 여학생들로 한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여전히 일본에 SNS는 혐한 발언이 많다면서 언론에 나오기도 하지만 학교의 성격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국뽕에 취할 것도 없고 일본에 적의를 가질 필요도 없다. 다만 역사적으로 이 학교의 기원이 무엇이었고 현재 살아남아 운영되는 학교의 교육적 의의와 가치,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조망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 상징적으로 일본 한가운데에서 한국말의 교가가 공영방송 타고 전국에 울려 퍼진다는 것도 신기했고, 교내에서는 한국어 교가를 일본말로 바꾼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한일관계를 보면서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국말로 교가가 나온다는 것에 열광하면 좋은 것인지?
한 기관이 오랜 시간 지나면서 그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는지, 존립을 위해서 행해야 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과연 우리 공동체에서 이상적인 가치를 어떻게 투영해야 하는지 등 교토국제고 우승에 대해서 우리 언론 기사를 보면서 더욱더 생각이 많아진다.
언론 기사의 관점이 어떻게 사람들을 요동치게 하는지도 바로 확인하게 한다. 한일관계는 조금은 더 냉철해 질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상황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