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이어서 티브이 나오기도 하지만, 방송에 나와서 맛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슐랭 셰프처럼 검증받아서 방송 나오기도 하지만 인스타, 유튜브에서 방송 나오면서 인기가 높아진 셰프와 음식점도 많다. 심지어 식당을 개업해서 쓰레기 음식을 내어놓고 방송 연결한 후 맛집이 되는 다큐가 방영될 정도다. 트루맛쇼다. 방송에서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곳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방송 나온다고 명의가 아니다. 뉴스에 의료사고 내면서 문제 일으키는 의사 중 방송에서 유명해진 사람 많아 보인다. 수년 전 신해철 의료사고 낸 의사도, 최근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묶여 있다가 사망한 사건도 방송에서 유명한 의사들이다.
의료 방송하면서 명의가 방송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명의거나 훌륭한 셰프인데 피디 관점에서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고 배척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방송용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역사에 관한 연구나 저술 등이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논문 한 편 없어도 방송용으로 좋아서 대박 난 강사도 있었다. 한 번에 나락 갔지만 이후 그는 방송 유명세로 학원 만들어 돈 많이 번다고 했다. 학원 강사로서 방송용으로 최고지만 역사 지식이나 학문 수준은 다른 차원이었다.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스마트폰, 티브이, 컴퓨터, 아이패드 등으로 보는 네모난 화면에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 쇼츠나 릴스 등 중독성 있는 짧은 화면에 수많은 영상의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냥 볼 뿐이다.
재미인가? 단편적인 정보인가? 시간 때우는 일인가?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기 위함인가? 나처럼 생각 없애기 위해 자기 전에 넷플릭스 열고 멍하게 누워 있는 건가?
생각하면서 내 힘으로 선택할 힘이 있어야 하는 때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고려 하지 않을 때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언지도 모른 채 그저 화면 속에 노리개로 전락하고 만다. 역사도, 음식(점)도 심지어 건강 문제까지 내 의도가 아닌 방송에서 요구하는 모습으로 전락한다. 먹는 것도 건강식품이나 의료까지도 광고에 최적화된 방향을 유도되고 선택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지, 모니터 안에 누군가에 의해서 조종당하는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쇼츠와 릴스, 넷플릭스 등을 줄이거나 끊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모든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면서 봐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넷플릭스를 최근 끊었다. 하루 3, 40분, 가끔 좋은 영화 있을 때는 2, 3시간도 멍때리고 보고 있었는데, 요즘은 내가 오티티를 보는지 넷플이 나를 인도하는지 모를 지경이 됐다. 유일하게 자기 전에 생각 없애기 위해서 루틴처럼 침대 누워서 티브이 켜고 넷플 여는 거였는데 어느 순간 생각 없애는 일이 아닌 그곳에 따라다니며 신경 쓰고 있었다. 심지어 볼 것을 찾는 데만 10분을 넘게 쓴 적도 많다. 그냥 끊었다. 계속 사 놓고 쌓이기만 하는 책을 폈다. 이전으로 돌아갔다. 요즘 잠자기 전 유일한 낙은 독서다.
나 자신이 무엇(what)이 아닌 존재(who)로서 원하는 그 무엇을 찾아가려고 한다. 내 의지나 선택 없이 광고와 상업적 관점에 의해 너무 많은 것들이 쏟아져서 생각할 시간 없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생각하면서 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지 않으면 이상한 괴물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쓰레기 음식을 받아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하는 영상 속에 배우 따라가는 인생이 될 것만 같다. 쓰레기를 건강식이라고 여기는 일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쓰레기 만드는 방법을 잘 터득하면 돈을 번다고 릴스나, 쇼츠, 전자책 만드는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이나 글, 사진도 넘친다. 최소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쁜 놈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가면서 쓰레기가 훌륭한 건강식이라고 우기는 삶은 되지 말아야겠다.
네모난 화면에 영상은 선택에 따른 절제가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