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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인포데믹

by 달그락달그락 2020. 3. 23.

 

“코로나 소독한다”며 신도들 입에 소금물 뿌린 은혜의강 교회. 사진제공. 경기도

 

13층 아파트 집에 불이 났습니다. 가족 모두 기독교인입니다. 손잡고 예배드리면서 기도하면 불이 꺼집니까?

 

등산하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등산객 모두가 기독교인입니다. 목사님이 의사 부르지 말고 예배드리고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부러진 다리뼈가 붙습니까?

 

육이 아닌 '' 운운하면서 그렇게 주장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무조건 교회라는 간판 건 건물 안에서 목사님 주제 하에 말씀 듣고 기도해야 잘 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몸이 아파도 주일은 지켜야 하니 일요일에 병원도 못 가게 했던 목사님도 있습니다.

 

오래 전 저도 그 수준(?)의 기독교인었고 그런 목사님 아래에서 훈련 받은 일이 있어서 조금은 더 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종교의 자유이고 개인의 문제이니 건들지 말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맞습니다. 저야. 뭐 믿음이 너무 약해서인지 꽤 오래전부터 그런 짓은 안하고 살고 있습니다만... 종교의 자유이니 각자의 종교는 알아서 가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문제가 다릅니다. 혼자서 다리 부러지면 될 일인데 가족과 이웃도 함께 다리 부러트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노약자들이나 병자들은 잘 못하면 다리 부러지는 정도가 아니고 목숨도 위태롭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공공보건이 나름 잘 되어 있어서 사망률이 극히 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함께 조심하면 어떨까요?

 

매번 동성애, 빨갱이 주장만 하시고 코로나도 이길 거라면서 모여서 예배는 드리는데... 제가 믿는 예수님이 하셨던 가장 약하고 힘든 자들 안에서 섬기고 배려했던 일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요. 신천지 아닌 교회에서 집단 감염 되었다는 소식 들으니 마음이 조금 거시기 합니다. 10여명 내외 안전 수칙 지켜 가면서 따로 이야기 하거나 모임 하는 것 까지 뭐라 하겠습니까만...

 

입에다가 소금물 분부기를 사용한 것은 너무 했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소독한다며 입에 일일이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린 것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더군요. 바이러스를 입에다가 분무한 형국입니다. 이를 믿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아연실색입니다.

 

이를 '인포데믹(infodemic·정보감염증) 현상'이라고 합니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인데 잘 못된 정보 확산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나 루머가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공포감을 만들어 사회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이 뿐이겠습니까.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 남북이념에 대한 문제 등 또 다른 인포데믹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지요. 종교는 자유입니다만.. 제발.. 제발.. 정보는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고 병은 전달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