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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계고 실습과 조기취업 폐지되어야 한다.

by 달그락달그락 2017. 3. 12.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고 합니다. "나 진짜 죽겠다. 죽고 싶다. 더는 못 견디겠다. 고객들이 '쌍욕'하는 것도 힘들고 계약해지를 막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위에서 갈구는 것도 너무 힘들다." 친구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원망하며 죄책감 때문에 아직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우원식 의원 페이스북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 실습생이었던 청소년이 지난 1월23일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이 곳 콜센터는 2014년에도 직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사진출처.프레시안; 자살한 여고생은 '욕받이' 상담사였다]


자살한 청소년이 일한 곳은 ‘SAVE’ 부서라는 곳으로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고객이 계약해지를 위해 전화를 하면 이를 막는 일로 이 분야에서 매우 고역인 일이라고 한다. 


자살한 청소년은 전주의 한 특성화고 애완동물 관련과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애완동물 관련학과에서 학생을 콜센터에 현장실습으로 보내는 교사와 학교를 이해할 수가 없다. 여상, 상고에서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 대기업이 좋다고 안내하면서 반도체 공장에 실습, 취업을 보내는 교사들과 부모들. 기계공고, 마에스터고 전공 살려서 실습이라며 내 보낸 기업은 하청에 하청 업체로 최악의 근로조건에서 일하게 하는 일들은 이미 비일비재해서 기삿거리도 안 된다. 


수년 째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침해 문제로 비판해 왔지만 좀체 나아진 것은 없다. 반도체 공장에 취업해서 암 걸려 사망한 청년들과 지금도 병에 고생하는 사람들, 작년에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청소년뿐일까? 최근 알게 된 청소년은 지역에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는데 식품회사 취업이라며 학교에서 소개해 줘서 가서 몇 달을 일 했는데 도축 작업을 했다고 한다. 


7~80년대 상당수 전문계 고등학교는 인문계 학교보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을 배정받아 선발했다. 당시 전문계고 졸업한 학생들은 상당수 은행 등 관련 전공에 맞는 일터를 찾았다. 하지만 그 때까지다. 당시의 교육정책은 그대로이고 사회는 급격하게 변했다. 


공교육이라고 일컫는 곳에서의 변화는 특성화고 운운하면서 몇 가지 학과를 만들어 입시공부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곳으로 전락했고, 그나마도 대부분(70% 내외) 대학을 진학하며, 나머지 학생들은 전공과는 무관한 우리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현장에 내 던져지고 있다. 


교육정책 비판 이전에 전문계고 학교의 교사 등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 자녀라면 과연 콜센터 해지 방어하는 부서에서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살인적인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게 할 수 있는가? 당신들 딸이라면 백혈병 등 암 걸려 죽을 수 있다는 보고서 나온 반도체 공장에서 보낼 수 있는가? 당신들 자녀라면 이미 3명 이상 죽은 스크린 도어 현장에 기능공으로 보낼 수 있는가? 야근까지 용접만 해서 밤새 잠 못 자면서 눈에 모래가 들어 간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더 기가 막힌 일들? 


현장 실습생들 중 강제로 술을 권하는 분위기 실어 교복 입고 출근했는데도 술을 권하는 상사들, 성희롱이 만연한 직장 분위기와 야근에 시달리는 19세 여학생의 삶(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을 생각해 보았는가? 심지어 도축작업까지? 

기업의 이윤과 학교 교사들의 월급 받는 수단으로서 학생들을 대상화하여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근 20여 년간 청소년들 만나 오면서 많은 전문계고 학생들을 보아왔다. 그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나이, 그 귀하고 귀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삶을 자칫하면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가? 


청소년들의 삶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소통하며 진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려는 노력, 이러한 노력과 전문적 학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들의 제자를 추천한 회사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장래에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살펴봐야 하지 않습니까? 


이제 그만 좀 합시다. 청소년들 많이도 죽었고, 많이도 힘듦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