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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되기도 어려운 청년들

by 달그락달그락 2017. 1. 8.

“고용노동부는 ‘애슐리’를 비롯한 이랜드 외식사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1년간 연차수당,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수당 미지급은 물론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하는 ‘임금 꺾기’ 수법으로 4만4360명으로부터 83억72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신문기사글이다. 분노한 몇몇 청년들이 SNS에서 해시태그로 이랜드 불매운동을 다는 활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사과문 발표했다.


이랜드만 그럴까? “대학원 재학 중이거나 대학원 졸업자, 아동인권, 아동보호, 교육, 영양 및 성 형평성 전공자 또는 관련 전문지식 보유자, 국제개발협력 또는 인도적 지원 분야 경험자 또는 관련 전문지식 보유자, 영어 및 한국어 능통자, 정책홍보 문서작성에 능통한 자 등이 자격요건으로 인턴 채용공고문이다. 


근무조건은 일단 무급이다. 6개월 내외 3~4일 사무실 근무한 후 인턴십 종료하면 채용의무가 없고, 출퇴근 교통비 정도는 지급이 가능하며, 지원방법은 국영문 이력서에 지원동기 등이 포함된 영문 커버레터를 써야 한다1. 최고급인력을 원하는데 월급은 주지 않겠으며 이후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랜드와 같은 사기업만 청년들의 알바비를 가로 채는 착취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인턴채용 공고’는 근래 외교부 국제기구 인사센터에 올라온 유니세프 서울사무소의 정부협력국의 공고문이다. 


외교부? 거기에 아동인권, 국제구호를 목적으로 하는 유니세프라는 국제기구의 인턴채용 공고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공고문을 낸 곳이 사기업이었다면 아마도 언론에서 악덕 기업으로 매도당했을 거다. 


국가 기관인 외교부에서 청년 취업에 대한 고민한 흔적이 전혀 없는 공고문 보니 분노를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이 공고 보니 유니세프 후원 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6개월 무급에 채용의무 없다니, 굶주린 아이들 얼굴 팔아 모금하기 전에 근무여건부터 개선하세요.” 


“이렇게 대놓고 뻔뻔해도 되나요? 인턴이 노옌가? 노동력 사용했으면 채용 시 가점이라도 있든지. 필요 이상으로 고급인력 원하면서 조건은 많고 노예 되기도 참 어렵네요.” 


외교부 페이스북 공고문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 바닥 후배들 중에 강원도에서도 깡촌이랄 수 있는 시골마을에서 아동들 만나면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있다. 작은 아동센터 운영하면서 열심히 후원받고 프로젝트 해서 야간에만 잠시 근무하는 보호교사 구직 공고를 냈단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150만 원 정도의 급료를 책정했는데도 사람을 찾지를 못해서 몇 달 동안이나 고생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기관에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 것인지, 국제구호 단체 등 이름 있는 기관에서 노예생활 비슷한 경력이 향후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강의 나가는 대학에 학생과 대화 중 학교에 아동복지를 주로 하고 국제구호개발NGO라고 강조하는 사회복지법인 단체의 동아리가 운영 되고 있는데 이 동아리를 관여하는 법인의 간사가 학생들에게 모금활동을 강요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복지학과 등 관련학과의 학생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이유가 졸업 이후 이 법인에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했다. 학생들 중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모금도 거절하지 못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전한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 모르겠다. 청년들을 취업을 미끼로 노예를 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만 같다.  


노예는 남에게 자유를 빼앗겨 부림을 받는 개인이나 계층이다. 노예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면 그에 따라 먹을 것과 입을 것 등을 제공 받는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과거의 노예제 보다도 더 착취를 하는 것만 같다. 


우리 사회의 몇몇 부조리한 곳에서는 우리 청년들을 현대판 노예로 인식하는지, 고용주가 시키는 일을 하면서도 먹을 것, 입을 것을 제공 하지 않겠다고 당당히 공고한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착취의 대상인 현대판 노예가 되고 싶어도 스펙이 너무 높아 이마저도 어려운 세상이라는 것이다. 


청년들의 입에서 ‘헬 조선’이라는 용어가 생성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1. 외교부 국제기구인사센터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ofaUNrecruit/photos/pcb.1320325021368030/1320321548035044/?type=3&theate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