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국어책에서 황순원 선생님의 소나기를 읽고 눈물 짓던 때가 있었다. 미리 읽었을 때의 그 감정은 거기까지였다. 학교에 가니 국어선생님은 소설이며 시를 난도질 하기 시작하셨다. 은유법, 직유법, 비유법, 의인법 등 알지 못하는 '법'들을 단어나 문장에 줄 긋게 하고서는 쓰게 했다.
시는 이미 가슴에서 떠나 버렸고 시험지에 짜증나는 예문으로만 남았다. 미술과 음악시간도 그랬다. 모두가 입시문제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문화적 감수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한 과정이 10수년이 넘게 학습되었으니 우리 가슴에 무엇이 남았을까?
대학에서 시간 강사질 하며 학생들을 만나면서 가슴의 이야기들을 가끔씩 내비친다. 감정이 전이되어 공감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간혹 본질 보다는 이론과 암기할 꺼리 만을 찾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본질은 가슴 안에 있다. 콩닥거리는 그 흥분과 미묘한 감성들을 알지 못한다. 단순히 암기해서 문제 맞추고 경쟁에서 이기는 자기의 무기로 생각하는 듯 싶다. 아쉬울 때가 많다.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우리네 교육적 환경의 모든 페러다임이 그렇게 맞추어져 있다.
가슴 안에 따뜻한 그 심장의 흔들림. 인간이기 때문에 유일하게 갖는 그 가슴의 감수성들. 잊지 않았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