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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해진 가을, 다시 생명이 움트는 자리

달그락달그락 2025. 11. 30. 19:23

 

호수 앞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시를 읽는 청소년들. 낭만이 넘친다. 낭만 없는 삶은 생각조차 싫다. 내가 사랑하는 낭만의 정점에는 언제나 가 있었다.

 

여름에게 자꾸 용서를 빌다가는

겨울을 용서할 길 못 찾아 허둥거리는

희끗희끗한 가을이다

 

태훈(영상)이 읽은 이영광 시인의 가을의 한 구절이다.

 

 

 

 

가을이 희끗희끗해졌다. 곧 겨울이 오겠다. 또 한 번의 가을이 늙어간다. 용서받고, 용서하는 계절이다.

 

일요일 달그락 오후가 조용하다. 오후까지 활동했던 정강이청소년들이 시를 읽기 위해 은파호수공원으로 갔다. 정강이는 달그락의 그림책을 그리며 참여 활동하는 청소년자치기구다.

 

조용한 달그락의 한 귀퉁이 사무실에서 나는 노트북만 노려보고 있다. 연말 해치워야 할 잡무들이 많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난다. 그 가운데 용서하고 용서받는 일이 반복된다. 어쩌면 우리네 삶의 과정은 시인이 가을을 노래한 것처럼 용서를 하고, 용서를 받는 삶의 과정이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계속해서 생명이 움트도록 반복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생명이 아름답고 위대한 것은 마지막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이 다시금 반복되어 생명을 이어 나간다. 사라짐이 새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삶이 귀한 이유 중 하나다.

 

가을이 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