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삶을 살아 내는 방법

오후에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하고 월명산을 산책했다. 월요일은 휴일이다. 하늘 보는데 좋았다. 산길에 차가운 바람도 신선했다. 일주일 동안 병원을 두세 번 다녀왔다. 오랜만에 몸살 감기가 심하게 왔다. 일단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모두 정지됐다. 연구소와 달그락 활동을 제외하고는 기타 일은 멈추다시피 했다. 당연히 헬스클럽도 안 갔다. 의사 선생님이 커피, 술은 마시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 보니 커피도 안 마실 수 있겠다.
91년에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제대하고 대학 다닐 때, 이른 아침에 조용한 학생회관에 자판기 커피 내려 피우던 담배 맛이 그렇게 좋았다. 당시 대학 뿐만 아니라 식당과 고속버스 안에도 흡연할 수 있었다. 술도 배웠다. 청년기 인생이 뭐가 그렇게 힘들고 지쳤는지 밤마다 선후배들 모아 곱창집 가서 닭똥집 찔러가면서 위에다가 소주를 부어댔다.
20대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았다. 흡연을 싫어해서 수차례 시도 끝에 금연에 성공했다. 이유 중 하나가 뽀뽀하는 데 걸림돌이었다나? 담배를 입에 댄 후 6년 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됐다. 본능적으로 무엇에 중독되어 끌려다니는 게 싫다.
살짝 불면증이 있다. 자기 전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이나 부담도 있는데, 그 가운데 살짝 미소 짓게 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커피다. 최소한 오전에 2, 30분이라도 내 시간을 내려고 노력한다. 커피 한 잔 내려서 멍하게 마시는 시간이다. 몇 년간 가져온 일상 중 하나다. 일주일여 마시지 않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커피도 끊어 볼까 고민 중이다.
삶은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잘’ 산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 등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내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 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젯밤 머리가 멍해서 생각 없이 OTT 돌리다가 007시리즈 중 마지막편 봤다. 본드가 죽었다. 영화가 왜 이런가. 그래도 한 문장 건졌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다. 난 더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뜻깊게 쓰리라” 가까운 이들이 본드를 추모하며 이 글을 읽었다. 찾아보니 잭 런던이라는 작가의 글이다.
삶의 의미와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파 보면 안다. 일단 생존이다. 생존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생존 이후에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중요해진다. 인간으로서 뜻깊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제한된 시간에 우선순위 설정이 핵심이다.
나는 지금 이 시간에 이 글을 끄적이는 데 쓰고 있다. 이후에 행하는 일이 정말 내 삶을 의미 있고 뿌듯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인지 언제든 돌려볼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이 설레고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했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마음으로 눈을 감으면 좋겠다. 내일부터 또 우선순위 설정하고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 최대한 내려놓고 내 안의 평화를 찾는 삶을 살아야 겠다. 그래야 내 주변도 평화로워진다.
가을 하늘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