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및 관점/칼럼

생존을 넘어 삶을 살아 내는 방법

달그락달그락 2025. 11. 3. 23:00

 

오후에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하고 월명산을 산책했다. 월요일은 휴일이다. 하늘 보는데 좋았다. 산길에 차가운 바람도 신선했다. 일주일 동안 병원을 두세 번 다녀왔다. 오랜만에 몸살 감기가 심하게 왔다. 일단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은 모두 정지됐다. 연구소와 달그락 활동을 제외하고는 기타 일은 멈추다시피 했다. 당연히 헬스클럽도 안 갔다. 의사 선생님이 커피, 술은 마시지 말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 보니 커피도 안 마실 수 있겠다.

 

91년에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제대하고 대학 다닐 때, 이른 아침에 조용한 학생회관에 자판기 커피 내려 피우던 담배 맛이 그렇게 좋았다. 당시 대학 뿐만 아니라 식당과 고속버스 안에도 흡연할 수 있었다. 술도 배웠다. 청년기 인생이 뭐가 그렇게 힘들고 지쳤는지 밤마다 선후배들 모아 곱창집 가서 닭똥집 찔러가면서 위에다가 소주를 부어댔다.

 

20대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친구가 너무 좋았다. 흡연을 싫어해서 수차례 시도 끝에 금연에 성공했다. 이유 중 하나가 뽀뽀하는 데 걸림돌이었다나? 담배를 입에 댄 후 6년 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게 됐다. 본능적으로 무엇에 중독되어 끌려다니는 게 싫다.

 

살짝 불면증이 있다. 자기 전 내일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이나 부담도 있는데, 그 가운데 살짝 미소 짓게 하는 루틴이 하나 있다. 커피다. 최소한 오전에 2, 30분이라도 내 시간을 내려고 노력한다. 커피 한 잔 내려서 멍하게 마시는 시간이다. 몇 년간 가져온 일상 중 하나다. 일주일여 마시지 않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커피도 끊어 볼까 고민 중이다.

 

삶은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산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 등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없기 때문에 내 삶에 가장 소중한 것을 먼저 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젯밤 머리가 멍해서 생각 없이 OTT 돌리다가 007시리즈 중 마지막편 봤다. 본드가 죽었다. 영화가 왜 이런가. 그래도 한 문장 건졌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다. 난 더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뜻깊게 쓰리라가까운 이들이 본드를 추모하며 이 글을 읽었다. 찾아보니 잭 런던이라는 작가의 글이다.

 

삶의 의미와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아파 보면 안다. 일단 생존이다. 생존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생존 이후에는 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중요해진다. 인간으로서 뜻깊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제한된 시간에 우선순위 설정이 핵심이다.

 

나는 지금 이 시간에 이 글을 끄적이는 데 쓰고 있다. 이후에 행하는 일이 정말 내 삶을 의미 있고 뿌듯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인지 언제든 돌려볼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이 설레고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했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마음으로 눈을 감으면 좋겠다. 내일부터 또 우선순위 설정하고 무언가에 얽매이는 것 최대한 내려놓고 내 안의 평화를 찾는 삶을 살아야 겠다. 그래야 내 주변도 평화로워진다.

 

가을 하늘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