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영화와 책

빛과 멜로디

달그락달그락 2025. 10. 8. 01:51

 

먹먹한데, 가슴 한켠에 무언가 올라오는 따뜻함을 만났다. 그리고 눈물 한소큼 나오려는데 참았다. 어제오늘 조해진 작가의 <빛과 멜로디>를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는데 손이 떨어지질 않는다.

 

권은과 승준이 만났다. 12살의 나이에 버림받고 혼자서 죽음을 생각하던 권은에게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었던 승준. 그가 훔쳐서 가져다준 카메라에 생명이 녹아 흐르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은 또 다른 권은을 낳게 해준다. 40대가 되어 권은의 북토크에서 만나 눈으로 대화하는 장면에 왜 눈물이 고이는지, 갱년기도 아닌데.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신념은 자칫 비웃음을 살 수도 있을 만큼 희귀하지 않던가라는 이 문장. 사진 한 장이 많은 이들을 살려 낸다. 그 한 장에 담긴 삶의 아픔과 치열함이 눅눅히 배어 있어서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아프카니스탄 등 전쟁의 한 가운데에 자청해서 들어가서 사람들 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국제 정세에서 가장 힘겹게 전달 받는 일은 이스라엘의 학살이다. 그 아픔을 매일 언론을 통해서 챙겨 읽고 보면서 가슴이 애리고 아플 때 많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손에 잡히지는 않아.

 

자신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자들이 있다. 자신을 위해 사람을 살리는 이들이 있다. 이 책에서 나와서 나에게 와 버린 권은, 승준, 게리 엔더슨, 애나, 살마와 나스타가 그랬다.

 

추석이다. 어떻게든 아무것도 안 하려고 노력한 이틀이다. 내일부터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서 어제까지 날을 새며 책을 읽고,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고 해서 열어 본 ‘다 이루어질지니’라는 드라마 1편 보다가 꺼 버리고,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가 떠서 보다가 낄낄거렸고, 오래 전 영화인 대부1, 2편을 다시 봤다.

 

어제 잠시 시골에 다녀 왔다. 하루 더 있겠다는 아내 두고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왔다. 오늘 저녁을 잘 먹어 볼 요량으로 두 아이와 근처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갔으나 만석이었고, 주변 좋은 식당도 모두 마감이다. 집이 관광지 가운데 있어서 맛집 많아서 좋다고 여겼는데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와서 갈 곳이 모두 없어졌다.

 

한 아이가 들여다보던 스노볼 안의 점등된 세상을 지나, 그 아이를 생각하며 잠 못 들고 뒤척이던 또 다른 아이의 시름 깊은 머릿속을 지나, 거울 속 세상과 그녀를 위해,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 그 무한한 여행의 한가운데서, 멜로디와 함께..... 빛이, 모여 들었다.” <빛과 멜로디> 마지막 장의 이 문장에 눈이 멈췄다. 12살 소년이 가엽게 여긴 소녀에게 나누었던 치약과 음식, 그리고 카메라가 수 많은 생명을 살려 냈다. 그 작은 빛이 모여 들어 커다란 빛이 되었어.

 

사람이 사람(생명)을 살리는 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 자신을 위해서 사람을 수단시하고 죽이는 이들 제외한, 우리가 살아 내는 모든 일은 그런 활동이라고 믿는다. 아주 작은 움직임 하나가 빛을 모아내는 힘을 만든다. 그 작은 빛을 내는 일.

 

연휴 기간, 오늘까지는 기를 쓰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다. 성공했나 모르겠다. 내일부터는 집중해야 할 일이 있으니 가슴이 또 설레.

 

세상과 우리 지역과 내 옆에 그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당신(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추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