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및 관점/칼럼

일에 의미를 부여할 때 삶이 된다.

달그락달그락 2025. 7. 5. 23:22

어제 오늘 고민했던 일을 쓰려고 앉았다. 열심히 끄적였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모두 지웠다. 1시간이 그냥 지나 버렸다. 루틴으로 매일 쓰고 있는 글이 어제오늘 너무 버겁다. 그럴 때가 있다.

 

토요일이면 달그락은 정신이 없다. 많은 청소년이 오가고, 자치활동과 달 모임, 프로젝트 기획과 활동이 다양하게 엮여서 진행된다. 그 가운데 네 분 선생님과 릴레이로 깊게 상담 아닌 상담이 이루어졌다. 나와의 대화를 어떤 분은 슈퍼비전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피드백이라고도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깊은 대화가 맞는 표현이겠다.

 

대화 요청한 한 분은 몸이 아프고 삶이 고단한 분이셨고, 인턴 활동하는 청년은 달그락에 모든 선생님이 너무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선생님 한 분은 모든 게 새롭고 청소년 활동이 좋다고도 했다. 나름의 비전을 품고 있어서다.

 

한 분은 저녁 시간, 청년 자원활동가 한 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면서 식사하는 데 같이 가자고 했다. 자원활동가 청년은 몸으로 움직이는 일을 하고 있어서 삶이 고돼 보였는데도, 대학 졸업 이후 회사 창업 준비로 꿈을 꾸며 밝게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면 달그락으로 와서 활동을 도왔다.

 

군대 가는 청년이 자신이 공무원 되었다면서 후원을 시작했고, 일하면서 대학 다니는 청년도 월급 받는다면서 후원을 시작했다. 그래도 월에 일만원 정도는 후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알바나 용돈으로도 할 수 있겠다면서 생각해 보겠다는 청년도 있었다. 김 선생님이 관여하는 자원활동가 청년들이다.

 

, 활동은 우리에게 뭘까? 자원봉사 하면서도 돈과 시간을 내려는 이유는 뭘까? 내가 행하는 활동은 일이 아닌 그저 삶으로 인식하며 살아 내야 하는 당위적인 시간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삶이라고 여기고 있고, 그 안에 나름의 비전이 살아 움직인다.

 

“(공직자가) 휴가가 어디 있나. 눈 감고 쉬면 휴가고 눈 뜨고 일하면 직장이지.” 일 중독자 이 대통령의 어록 중 한마디라고 기사에 나왔다.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을 한다. 어떤 사람은 미친거 아니냐며 직원들 고통 받는다고 하는데 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영하는 공간은 결국 일터다.

 

인턴하는 청년이 선생님들에게 물었다고 했다. 일을 왜 이렇게 재미 있게 하느냐고? 너무 늦게 퇴근하는 것 아니냐고? 자신이 아는 친구는 한국 회사 다니는데, 대표가 욕도 하고 엄청 힘들게 해서 매주 일요일 밤이면 너무 힘들어 한다고 했다. 달그락 선생님들 일(활동)이 너무 좋다고 했다나? 동료 선생님들도 좋고, 다만 일도 관계도 쉽지는 않다고. 그렇지. 이 말이 정답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피곤하고 힘들다. 심지어 내 돈 내고 놀러 가는 여행조차도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다.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가 행하는 일에 얼마만큼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를 해석할 때, 다른 차원이 일이 만들어진다.

 

어젯밤에 늦게 누웠데도 잠이 안 왔다. 더 눈을 감고 있었어야 했는데, 넷플릭스를 열고 말았다.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는데 올드 가드2’ 편이 나왔다. 허접한 영화였는데 마지막 장면의 대사는 기억하게 됐다.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 수천 년을 살았는데 불멸이 사라졌다. 마지막 싸움 장면에서 악당인 디스코드(우마 서먼)영생 속에 살다가 갑자기 깨어나 수명을 갖게 되면 어떤지 알아?”라면서 “11초가 죽음으로 가는 길이야. 시간이 귀함을 알기 전까지는 시간의 의미를 몰라.”라고 하자, 앤디(샤를리즈 테론)시간의 의미를 몰랐던 건 네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서야.”라고 답한다.

 

현장에서 매번 하는 말이다.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힘들다. 힘 안 드는 일은 없다. 그 가운데 사람다운 삶이라고 우기면서 살아가는 바닥에 일의 의미가 있다. 모든 시간에 의미와 가치를 해석하고, 삶을 나누며 신뢰하는 동료, 벗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복이다.